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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호 수요칼럼] 어두운 세상 마음에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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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 작성일21-07-0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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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자들은 21세기를 암흑과 혼돈의 시대라하고 도무지 인간적 가치가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이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을 햇볕이라 하고, 볕이 바로 드는 땅을 양지, 또는 양달이라 한다. 그 반대로 그늘진 곳을 음지나 응달로 춥고 으슥한 느낌에 캄캄하다.
   밝은 곳과 어둠이 있어 세상은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고 말한다. 그런데 속담에,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된다"는 말은 세상일이 성하고 쇠함을 서로 바뀌게 마련이라는 의미다. 이와 비슷한 변화가 낮과 밤이다.
   그런데 인간의 생각은 이상하게도, 낮은 미래와 희망을 얘기하고, 밤은 과거와 절망의 상징인 것 같은 생각이다. 낮은 청춘, 밤은 노인의 시간이라 한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밤은 해가 진 뒤부터 먼동이 트기 전까지의 시간이고, 저녁은 해가 질 무렵부터 밤이 오기까지의 사이를 두고 구별 짓는다.
   '인류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는 속설이 있다. 필자는 운수 좋게도 세계 역사의 고장 로마를 두 번이나 방문했다. 고색창연한 인류 문명의 발상지 로마는 정말 많은 유적지의 보고로 세계사에 빛나는 고도(古都)답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도였다. 그러나 밤의 로마는 옛 문화가 왜 타락하고 함몰되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정말 밤은, "수치를 모른다"는 말이 제격이다.
   밤은 세상과 세상 사이를 이어주며, 낮에 생기는 일들은 밤의 장식 속에 휩쓸려 들어간다는 것이 사실로 여겨진다. 노랫말 가사에 '달빛이 처마 끝에 울고 간 밤에…'에서 어딘가 밤은 처량하고 쓸쓸한 뉘앙스가 풍기는 것 같다. 밤을 겨울이라고 하면, 낮은 봄을 상징하는 계절로 생각되고 밤은 휴식과 꿈의 요람이고, 낮은 활동과 생산의 시간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밤'에 관한 교훈적인 말이 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수없이 많이 들은 것 가운데, 사람들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도 비밀인 것 같지만 결코 아니다.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다" 는 항상 말조심하라는 뜻이고, "밤 잔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는 원한이나 은혜는 시일(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린다는 뜻으로 모두가 깊이 생각할 명언들이다.
   밤은 휴식이요, 휴식의 첫 단계가 잠이다. 눈을 감고 의식 없이 쉬는 상태로 자고 나면 몽롱해서 그런지 반드시 꿈을 대동하는 것이 잠이다. 꿈은 낮이나 밤이나 사람이 잠자는 동안에 생시와 마찬가지로 체험하는 여러 가지 현상으로 평상시에 늘 생각하던 것이 꿈으로 대신한다고 한다.
   "잠을 자야 꿈을 꾸지"는 하고자 하는 일에는 순서와 차례가 있고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유태인들의 어록 가운데 하나님은 활동을 위해서 낮을 만드시고 휴식을 위해서 밤의 장막으로 우리를 감싸 주신다는 대화를 많이 나눈다.
   문인 정한모의 '밤의 품안에서' 라는 저서에, "언제나 원시의 몸짓으로 잠잠히 누워있는 밤은 그 어둠으로써 길을 밝혀주는 하나의 묵시록"이라 했다. 그리고 철학자 신일철은 "밤은 사람을 태고적 마음의 고향으로 인도해 주고, 높고 낮은 것, 밝고 어두운 것의 차별 없이 동일한 근원에 살게 해준다"는 것이다.
   오늘 밤은 건전한 내일의 시작이며 가슴에 담는 보람으로 연모(그리움) 뿐만 아니라 희망의 소유가 사랑이다. 대개 역사의 창조는 인간이 잠든 사이에 이룩된다. 새 날이 밝으면 어두웠던 어제는 역사 속에 갇힌다.
   역사가란 과거에 눈을 돌린 예언자라 한다. 인간 스스로가 어둠에서 탈피하는 시간이 사람의 몫이다. 역사는 신의 역사도, 자연의 역사도 아니고 인간의 역사다. 밤이 창조한 역사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제 삼의 세계다. 인간의 꿈은 언제나 어두워야 이루어진다.
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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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