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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훈 특별기고]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시대의 생산성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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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경주캠퍼스 상경대학장… 작성일19-10-1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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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 경주캠퍼스 상경대학장 경영학부 교수 주재훈페이욜(Henri Fayol, 1841-1925)과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 1856-1915)가 근대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페이욜은 관리과정 이론을,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를 주장하였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는 그의 저서 '21세기 지식경영'에서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로 인해 육체근로자의 생산성이 50배 이상 증가되었다고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생산성의 증가로 인해 미국이 독일과 일본에 비해 전쟁 물자를 몇 배 이상 생산할 수 있었던 덕에 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기술진보로 육체근로자를 넘어서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조직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최저임금제도와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등에서 야기되는 갈등도 결국은 노동생산성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기업이 펴는 핵심 논리는 노동생산성이 증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임금상승은 기술진보를 촉진하여 많은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예를 들어, 1725년 영국에서 최저생계비 대비 실질임금 비율이 4배로 타 국가에 비해 높았기 때문에 산업혁명을 촉진하게 되었고, 기계가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였다.

  필자가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생산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조하지만(누구도 생산성 향상에 반대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요인이 있다는 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특히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널리 적용될 시대에서 우리는 생산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자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인간이 기계를 능가하는 힘은 공감능력과 개념화 능력을 갖추는 것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이는 파도만을 보고 바다의 큰 흐름을 판단해서는 안 되고 해류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과 같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란 지혜롭고 사유하는 합리적인 인간을 표현하고 있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작업하는 인간,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오늘날은 3D 프린터와 같은 기술과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공개하여 공유하는 오픈 소스(open source) 덕분에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메이커(maker)의 시대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호모 파베르라는 인간관을 부각시키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파베르는 인간의 이성적이고 도구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관에서 지금까지 근로자의 생산성 개념이 정립되었고 측정되어 왔다. 여기서 간과된 또 하나의 인간관은 놀이와 유희를 강조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이다.

  인간의 완전한 본성은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파베르와 함께 호모 루덴스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최근 호모 루덴스 관점에서 인간을 보는 시각이 강조되고 있다. AI의 발전에 힘입은 기계(로봇)가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파베르의 인간관보다는 호모 루덴스의 인간관을 닮는 것이 어렵다. AI와 함께 기술진보는 육체근로자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지식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나아가 AI가 의사, 법률가, 교수, 작가 등의 전문가인 지식근로자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 지식 과업의 성격에 따라 그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식근로자는 AI의 지원이나 협력으로 더욱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호모 루덴스라는 인간 본성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놀이를 즐기는 것 이상에 있다. 인간은 놀이와 유희에서 학습하고 창의력을 발휘한다. 하버드대 정신과 의사인 스리니 필레이의 저서, "멍 때리기의 기적: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Tinker, Dabble, Doodle, Try)"에서 인간의 창의력은 집중이 아닌 비집중 상태, 즉 끄적거리고 만지작거리고 첨벙되는 상태에서 창의력과 통찰력이 발휘된다고 한다. 놀이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가장 요구되는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따라서 호모 루덴스 관점에서는 근로자의 과업이란 무엇이며, 과업의 품질과 생산성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또한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을 비롯한 많은 미래 학자들이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체할 것이라 예견할지라도 호모 파베르와 호모 루덴스의 인간 본성으로 인해 인간은 즐거움을 향유하는 메이커로서 육체노동을 하게 될 것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상경대학장…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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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