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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석 동양화가, 인간의 삶 `원시적 벽화 기법`으로 녹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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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교 작성일19-09-0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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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석 작가 작업실   
  [경북신문=서인교기자] 경북신문이 영남의 예술가 회원 작가들의 근황과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일곱 번째인 박형석 동양화가. 박 화가는 서양화에서 고구려 벽화를 동향화로 전환, 선조의 정신과 그 유산을 그림으로 이어가고 있다. 박 화가는 누구이며, 그의 작품세계는 어떠한지 들여다 본다.

  ◆ 박형석 화가는?

  영남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작가는 고구려 벽화를 보고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전공을 바꿨다. 경주에서 태어난 박 작가는 지리적 환경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늘 역사서를 끼고 살았고 지금도 새로 나온 역사서적이 있으면 틈나는 대로 읽는다.

  박 작가는 늘 침략당하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찬란한 문화를 일궈 현재의 발전된 모습까지 보여준 데서 자부심도 느낀다. 그는 "우리 역사에 대해 가슴 아프면서도 위대한 민족의 저력을 느낀다"며 "파란만장한 역사를 보면 만감이 교차하는데 위대한 선조의 정신과 그 유산을 그림으로나마 보여주고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고구려 벽화는 시공을 초월한 작품"이라며 "고구려 벽화에 감명을 받아 전공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고구려 벽화의 기법으로 그린 작가의 그림은 매끄럽지 않고 터프하다. 작가는 "예쁜 것은 순간이다. 투박함이 훨씬 인간적"이라고 했다.
                     ↑↑ 박형석 작가 172   

  ◆ 박형석 화가의 운명

  그는 한두 달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처음에는 우리 역사에 흥미를 느껴서 읽었는데 어느 정도 읽고 나니 책을 비교 분석하는 재미도 있었다. 같은 사건이라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다른 것이 많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20년 전쯤 공황장애를 앓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작업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10년 넘게 작업실을 같이 쓰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등진 뒤 병명도 모른 채 7~8년간 엄청난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았다. 나중에 병명을 알고 치료받은 뒤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이 병을 앓기 전에는 그림에 미쳐 2~3시간만 자고 작업했다. 육체적인 고갈 상태에서 친구의 죽음이 정신적 충격을 주니 몸과 마음이 버티지를 못했다. 병이 낫고 난 뒤에는 작업도 여유 있게 하고 나보다는 타인을 앞에 두며 비워가는 삶을 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작업도 변해갔다. 복잡했던 선과 면이 단순해지고 화려했던 색상도 깊고 무거워졌다. 그동안 꾸준히 비워낸 때문일까, 구상화에 가깝던 그의 작품이 비구상을 넘어서 추상으로 달려가고 있다.
                      ↑↑ 시간여행 19   

  ◆ 박형석 화가의 작품세계

  한국전통화인 영모화(새, 짐승 등을 소재로 한 그림), 화조화(꽃과 새를 그린 그림), 어해화(물에 사는 동물을 그린 그림)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몰두했다. 작품은 아기자기하고 약간은 어설픈 듯 한 분위기가 풍겼다. 커다란 캔버스에 꽃 한 송이, 고기 한 마리 등을 그냥 쓰윽 그려놓은 느낌이랄까 솔직히 무언가 감상자를 단박에 사로잡거나 압도하는 고구려 벽화의 기법으로 현대판 풍속화를 그린다. 전시 타이틀은 '시간여행'이다.

  '어린왕자'에서 봤음직한 비행기가 등장한다. 과거의 비행기를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철사로 비행기를 만들어 캔버스에 붙인 작품도 있다. 한번도 끊지 않고 선으로 연결해 만든 비행기다. 작가는 "수차례 실패 끝에 힘들게 완성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전부터 가끔 그린 적이 있는 쌍엽기를 그림의 주제로 표현하게 됐다.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현재의 삶 속에서 단조로운 미니멀라이프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뭔지 모르겠지만 옛날의 그 비행기를 보면 설레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가던 길로 다시 돌아와 시간 여행을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단조로운 시대로의 여행을 통한 단순함의 행복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 19시간 여행   

  ◆ 박형석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인간이고 관람자도 인간이며 휴머니즘이 깔려있다고 작가는 말했다. 주제는 인간이다. 다양한 인간의 삶을 투영한다. 하지만 평면에 인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비유의 결과다. 그는 인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꽃과 물고기, 어린왕자에서 보았던 것 같은 귀여운 비행기 등에 은유한다. 화가의 그림에 관람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사람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상상의 여지를 빼앗게 된다. 은유는 상상을 위한 일종의 '여백'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가 신윤복과 김홍도를 언급했다. 선비들의 그림을 빼면 조선시대의 그림은 모두가 민화라고 했다. 민화는 당시 사람들의 풍속도를 다룬 서민의 그림이다. 박형석의 그림도 큰 틀에서는 민화하고 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민화와 동일시했다.

  그림에 경계는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동양화와 서양화 어느 한편에 치우쳐 단정 짓기 어렵다. 화선지에 전통물감을 쓰기도 하고, 서양물감을 병용하기도 하고, 구상과 추상도 혼재한다. 사군자나 풍경 등의 조형적 소재로부터도 자유롭다. 비록 외적 형식에서 자유분방함을 추구하지만 중심 줄기는 완고하다. 한국적인 정서를 전제로 하지만, 조선시대의 동양화와는 결을 달리하는 것. 그가 고구려벽화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화를 전공하고 우리 정서가 배어나는 현대화된 풍속도를 그리게 된 계기는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본 고구려벽화 화집을 보고 숨이 멎었다. 화집에는 사신도와 오방색, 수렵도, 신선도, 귀부인 등의 당시 사람들의 풍속도가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 화집을 보고 단숨에 매료됐다. 그리고 2학년이 되자 고민 없이 한국화로 정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의 고구려벽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작가 프로필

  박 화가는 영남大 회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영남공고 미술교사로 재직 중이다. 개인전 18회(일본, 서울, 부산, 대구)와 아트페스티벌 3회 발표했으며, 대구시 미술인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대구미술대전·광주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구미술협회 부회장, 수성구 미술가협회 부회장, 한국화 동질성 회복회 대구운영위원장, 시선회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서인교   sing43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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